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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붙은 커다랗고 하얀 종이들, 그 위에 적힌 까맣고 굵은 글자. 대학가의 벽과 게시판을 장식하는 이 종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네, 맞습니다. 바로 벽에 붙는 공론의 장대자보입니다. 여러분은 대학 문화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엠티, 축제, 과주점과 미팅 등 고등학생 때 경험할 수 없었던 다양한 활동과 술 문화가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대학생만의 소통 공간인 대자보도 분명한 대학 문화 중 하나입니다. 벽에 붙은 종이 한 장이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대학생의 대자보 문화에 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자보의 정의는 뭘까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 대사전에 따르면 대자보는 '우리나라의 대학가에서 내붙이거나 걸어 두는 큰 글씨로 쓴 글'을 뜻하는데요, '대자보'라는 이름이 처음 사용된 것은 1960년대 중국의 문화혁명 시기입니다. 그 당시 당의 최고 기관지인 <인민일보> 등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 매체를 당권파가 장악한 상황에서 마오쩌둥이 대중들에게 직접 다가가고 자신의 정책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대자보를 사용한 것에서 유래하는데요. 이를 통해 일반 대중은 공식 매체 없이도 정부에 반기를 들고, 문화혁명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문화혁명을 '대자보 혁명'이라고 부르는 까닭도 이 때문이고요. 이후 중국에서는 ‘벽보’보다 ‘대자보’라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되었습니다.

문화혁명 시기, 중국의 대자보.

하지만 '대자보'라는 이름이 중국의 문화혁명에서 시작되었을 뿐,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도 벽에 종이를 붙여 목소리를 내는 사례가 다수 등장합니다. 나라의 정치나 부패한 교관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벽서가 거리 곳곳에 붙었다는 <삼국사기>와 <조선왕조실록>의 다양한 기록들이 그것을 보여주는데요. 이처럼 '비판과 저항'의 도구로 이어져 온 대자보는 1980년대 반독재 투쟁에 나섰던 우리나라 대학가에서도 널리 사용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후 학생운동이 퇴조하는 분위기와 함께 대학가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던 대자보는 2013년 크게 화제가 되었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고려대학교에 붙은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여러분들도 대자보에 이런 오랜 역사가 담겨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나요? 최근 새롭게 조명된 대자보! 그렇다면 학생들의 학내 대자보에 대한 관심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출처: 중앙일보 「왜 그들은 대자보를 쓰게 되었나(2015)」, n=500

학생들의 대자보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높았습니다. 중앙일보의 대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절반 이상(58.7%)이 학내 대자보를 자세히 알고 있다고 답했는데요. 높은 관심의 정도에는 이전에 비해 다양해진 대자보의 형태 또한 일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하얀 전지에 검은색 매직으로 써 내려간 부모님 세대 '대자보의 정석'은 조금씩 변형되어 왔습니다. 이제는 컴퓨터로 글을 쓴 뒤 인쇄해 붙이기도 하고, 그림으로 글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그림 형식의 대자보> 대자보의 형태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더불어, 대자보의 다양한 주제 또한 대학생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에 한몫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자보는 정치사회적인 측면에서 개인의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학내 성폭력 문제나 수업 내의 사건 등 개인의 사례를 사회문제로 공론화시키는 역할도 충실히 해내고 있습니다. 자신의 피해 사례를 숨기지 않고 대자보를 통해 당당히 사과를 요구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그런 내용의 대자보에 응답한 사과 목적의 대자보가 붙는 사례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대자보가 단순히 일방적인 외침이 아닌 
양방향의 소통을 위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어요.

(좌) 개인의 피해사례를 공론화하는 대자보,  

(우) 공론화된 문제에 대해 사과하는 가해자의 대자보.  

 (두 대자보의 내용은 연관이 없습니다.)  


대자보는 시간을 거듭할수록 그 형식이 변형되어왔고, 그 속에 개인의 다양한 목소리가 들어있는 덕분에 사람들에게 지속해서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최근에는 대학 게시판 뿐만 아니라 SNS와 각 대학의 커뮤니티 사이트 등 대자보를 접하는 경로가 다양해졌습니다. 대학생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대자보를 접하고 있을까요?

출처: 동아일보 「대자보 열풍, 왜 다시 부는가 (2013)」, n=600

실제 동아일보가 대학생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대학생의 35.2%가 SNS를 통해 대자보를 접했다고 응답했는데요. 이는 학내 게시판을 통해 대자보를 접하는 비율(38.7%)과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SNS의 발달과 함께 대자보를 온라인상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고 대자보의 파급력은 벽과 게시판을 넘어 온라인으로까지 그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고려대학교에 붙은 '알바데이 실천단 모집' 대자보)

누구라도, 언제 어떤 내용이든,

독자이자 필자로서 참여할 수 있는 것이 대자보 문화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대자보' 문화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아보았습니다. 앞서 언급된 많은 내용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자보 문화를 단순히 일방적인 의견 표출이나 외침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자보가 붙는 벽과 게시판에는 분명 소통이 존재하고, 진정성이 담긴 소통 그리고 발전하는 기술과 함께 커지는 전달력은 계속해서 대자보를 대학생의 고유한 문화로 지속해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나 읽을 수 있으며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대자보 문화! 오늘은 또 어떤 목소리가 들리는지 그 공론의 장에 귀를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요?

    

※ 본 글은 '통계청블로그기자단'의 기사로 통계청의 공식 입장과 관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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