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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 흔히들 그런지요.

'재테크의 기본은 가계부를 쓰는 것이다.'

결혼한 지 15년...

누구나 가계부를 몇 번이고 쓰다말고 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은행에서 판촉물로 주거나 잡지를 구입하면 부록으로 받아

연초만 되면 새로운 각오로 올해는 꾸준히 써봐야지 하면서 썼던 경험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늘 3, 4월만 되면 시들해지고 늘 고정적인 수입에 지출만 늘어나는 것에 짜증나기도 하고.


‘가계부를 쓴다고 수입이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역시 내겐 무리야’ 하며

쓰다만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지출내역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 자체가 귀찮았고

며칠 동안 안 쓰고 미루다 대충 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바쁜 생활 속에서 가계부는 나에게서 아무런 의미도 없을 즈음에,


 “딩동, 통계청입니다”

처음에는 공개적으로 가계부를 쓴다하니 생소하기도 하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금방 열리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이따금 방문하는 통계 청 담당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신뢰가 생겼고 매달 주는 요긴한 선물 때문에라도

성의껏 나름대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사실입니다.


가계부를 쓰게 되면서 생긴 습관은 영수증을 꼬박꼬박 챙기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하루 지출한 걸 기억하는 자체가 스트레스였는데

영수증을 모으다 보니 가계부 작성이 훨씬 수월해졌죠.

하지만 영수증을 가계부에 붙이는 일도 예삿일이 아니었습니다.

영수증을 모아 두었다가 한꺼번에 기록하고 생각나는 것만

대충 기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구요.


어느 날 신문에서 우리나라의 3대 거짓 중의 하나가

통계청의 통계 자료라는 보도를 보고 웃으면서도

그 사실에 나 또한 일조를 한 것이 아닌가 싶어

괜히 몰래 얼굴이 붉어지면서

다시 한 번 ‘내가 쓴 대충 가계부 또한 대충통계자료가 되었구나.’ 싶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후 나 또한 우리나라의 통계에 일조를 한다는

소박한 생각으로 나름 성실하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습관이 정말 무섭습니다.

매일 기록하지 못할 경우에는

캘린더에 영수증 없는 지출내역을 메모해 두기도 하고,

사소한 경우라도 메모하는 습관이 생기더라구요.

그러다가 전자가계부를 쓰면서 좀 더 업그레이드된 느낌.


매월 고정적인 지출은 반복지출로 설정해 두었다가

매월 말에 적용시키면 편리하게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10년 전 나 혼자 나름대로 쓰던 가계부를 생각하면

그때가 그립기도 해요.

그 날의 지출을 쭈욱 쓰다가 지출이 유난히 적은 날은

뿌듯해서 내 자신을 칭찬하기도 했고,

가계부 책자에 기록된 오늘의 요리 코너를 보고

시장 열심히 이것저것 봐서 했는데

왕초보 요리에 맛없어 돈만 버렸다 싶어 안달했던 씁쓸한 기억,

신랑과 싸운 날은 이러쿵저러쿵 욕도 써가면서 그 날의 일기를 쓰기도 하구요.


차가 없던 시절 아이 둘을 데리고 택시비 아끼려고

버스타고 친정 다녀와 저녁에 뿌듯한 마음으로 가계부 쓰면서

‘만원의 행복’에 웃음 짓기도 합니다.

지금 각자 방에 들어가 숙제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새삼 그 때가 그립네요. 아니, 이야기가 딴 데로 새버렸네.


가계부를 쓰지 않으면 절약이라는 것을 깜박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가계부를 쓰면서 생활비가 어디서 얼마나 낭비되었는지,

그날의 지출 중 불필요한 부분에 반성도 할 수 있고

수입과 비교하여 한 달의 지출이 어느 곳에 편중되어 있나 파악해서

다음 달에 줄일 수 있는 부분을 미리 계획할 수도 있으니까요.


가계부가 수입을 창출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우리 가정의 수입에 맞게 적절한 소비를

유도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매체 역할을 할 뿐이죠.

아마 절약하는 제일 큰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겠죠?


흔히들 말하는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빠듯하게 10년을 살다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나의 씀씀이는 어느덧 커져갔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해마다 늘어나는 사교육비에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은 적도 있고

40대에 접어들면서 자영업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러다 노후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도 간혹 들곤 했습니다.


이럴 즈음에 통계청 가계부를 쓰게 되면서

수입에 대한 소비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었고,

가계부를 쓰면서 조금의 적금을 넣었는데

얼마 전 은행에 가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글쎄 원금이 얼마나 늘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니 그 적금을 시작한 지가 2005년 3월이던데

 짐작하건데 가계부를 쓰게 된 시기와 엇비슷할 것 같으네요.


주부라면 당연히 써야 할 가계부... 가계부를 쓴 지 3년째...

처음에는 어떻게나 부담스럽기도 하고 귀찮았지만

지금은 내 생활의 일부가 되버렸어요.


3년 동안의 가계부는 씀씀이가 큰 나에게

충동구매에 대해 자제하는 습관도 만들어 주었고

때로는 사전에 지출에 대해 계획해보는 올바른 소비생활도 일깨워 주었으니,

우리의 가계에 여러모로 도움을 선사한 가계부....

앞으로 우리의 가계가 늘어나듯 영원히 함께할 것 같군요.


그리고 담당자 홍정란씨! 그동안 너무 수고 많으셨고 감사했습니다.

늘 바빠서 차 한 번 제대로 대접하지 못하고,

하지만 이야기 나누다 보면 친구 같고 너무 편했는데...

아마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겁니다.


유 애경(가계조사 대상가구 : 대구시 북구 관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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