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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짜리인가?

 

  나는 연구실에서 하루 중 14시간 이상을 보낸다. 직관적으로 생각할 때, 아무런 수입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수익도 손해도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막연하지만 나의 선택은 반드시 수지타산이 맞는 장사라는 확신이 들었고,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싶었다. 남들과 달리 먼 길을 돌아가는 듯한 대학을 선택한 것은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가치(potential value)를 더 기대하고 나를 투자한 결과이다. 그 보이지 않는 가치들은 무엇이고 이들을 어떻게 정량화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보니 약간의 발상의 전환만 하면 내안에 숨겨진 가치들을 끄집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반드시 지불해야할 비용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내 지갑에서 나가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나의 수입(income)이라고 간주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내역들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았다: 교통비(통학 시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 이용으로 인한 교통비 절감), 도서대출(도서관을 이용한  무료도서 대출로 구입비용을 절감), 연구실이용료(인터넷 시설이 갖춰진 게임방 혹은 고시원을 한 달간 렌트하는 비용으로 계상), 등록금(이공계 장학금 수혜), 식사(연구실에서 제공되는 식사)와 같은 비목들을 도출할 수 있었다.

 분석 당시는 2007년도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한 달을 기준으로 평균적인 나의 지출내역을 토대로 지출부를 작성하였고, 수입부는 반대급부 개념에서 도출한 수입항목들에 대해 수입금액을 책정하고 손익계산을 하였다. 그 결과 나는 이 연구실에서 하루를 보내면 24,537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월급으로 본 내 가치는 736,095원가 된다고 나타났다.

 

 

손익계산서로 본 나의 가치 분석(2007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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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업무 만족도 분석

 

  나의 일과를 분석하기 위해 우선 내가 기존에 해오던 방식대로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이벤트 별(즉, 개별적인 업무인 청소, 독서, 연구, 행정업무, 친교활동 등)로 발생시간과 소요시간을 1주일간(주말을 제외한 주중 5일) 기록했다. 그리고 1주일간의 평균소요 시간을 산출하고 이를 시간단위로 환산하였다. 또한 “나의 일과의 만족도를 분석”하는 틀로써 업무의 중요도와 만족기여도, 달성도, 만족도, 그리고 순위에 대한 컬럼을 추가하였다.


  나의 업무 만족도를 분석한 결과 업무 만족도가 높은 업무내용으로는 [연구회의 > 행정업무(오후) > 연구 > 자료검색 > 프로그래밍 > 청소 > 행정업무(오전) > 식사/휴식(오전) > 독서 > 휴식 = 식사/휴식 > 논문분석]의 순으로 나타났다.  즉, 업무처리 소요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업무 중요도와 만족기여도가 높은 연구회의 행정업무, 연구, 자료검색이 현재 오후에 집중되고 있는데, 이들을 집중력이 좋은 오전시간대로 재편성하면 하루의 업무 성과가 개선되는 것으로 예측된다.



내 업무 만족도 평가를 위한 통계분석 테이블(주중 5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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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수집과 분석 방법

 

  나는 충동적이고 소모적인 지출(예, 의류, 식료품, 여가와 관련된 지출)을 계획적이고 자기개발을 위한 지출(예, 도서구입, 건강, 친교 등)로 전환하기 위해 나의 소비패턴을 분석한다. 매월 초 금융기관(카드사, 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 지난 한 달간 카드내역 보고서 확인하고 기준에 따라 비목(cost account)들을 정의해 비교분석한다.

 그래프를 보면 총 비용의 큰 비중(71%)을 가정살림(환경개선, 아내, 딸, 생계, 공과금)에 소요하고 있다. 환경개선의 경우 일회적 소비로 장기적인 효과가 발생되고, 아내와 아이의 건강과 보육에 들어간 지출 또한 절감이 곤란하다. 대신 여가와 여행 그리고 기호, 외식에 지출된 비용이 총 지출에 7%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것으로 이번 달에는 충동적이거나 일회성 소비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했음을 엿볼 수 있다. 지난달과의 동일 내역별 지출금액을 비교하면 금월의 지출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도 분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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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가 바꾼 내 인생

 

  누구도 아직은 관심 있게 봐주지 않는 나의 일상이지만, 나는 러닝타임 70년 이상이 되는 나만의 희노애락을 연기하는 주인공이다. 통계학을 접하기 전에는 내 삶 속에서 사랑도 받고, 미움도 받고, 때론 기특한 일도 하며 하루하루의 에피소드들을 내 기억 속에만 간직해야했었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이란 것이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게 마련이어서 나만의 작은 이야기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오늘도 사진을 찍고, 엑셀로 내 기록을 만들어 가고 있다.


  통계라는 분석도구를 사용하는 나의 궁극적인 목적은 나의 발전이고, 그 발전은 계획한 목표들을 제한된 시간이내에 달성할 때 이루어진다. 내게 있어 통계가 일상화되기 전에는 두루뭉술하게 계획하던 일들이 이젠 구체적인 숫자를 사용하여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왜냐하면, 목표가 구체적일 수록 실천하기가 쉽고, 평가하기도 훨씬 용이해 지기 때문이다. 나의 일상 중에서 중요한 테마는 ‘자기개발, 건강, 가족’으로 월급의 10%를 도서구입에 사용하기, 일주일에 책 2권 읽기, 하루에 1시간 자전거 타기, 허깨나무 달인 물 하루에 200cc 먹기,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한 달에 2번 찾아 가기. 아내와 한 달에 2번 극장가기 등이다.


  통계를 접하고 내 생활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 있다. 바로 기록하고 정기적으로 분류하는 습관과 구체적인 목표설정이다. 물론 그 기록은 주관적인 감상보다는 객관적인 형식(5W1H에 기초함)으로 기록하고, 그 자료는 나중에 분석이 용이하도록 동일한 공간(예, 노트, 폴더, 클리어파일)에 시간 순서대로 분류되어 저장하고 있다.

 

  난 이런 상상을 해본다. 20년 뒤 내 아이가 대학에 들어 갈 때 쯤 녀석이 “아빤 나만할 때 어떻게 살았어?“ 하고 물으면, 연구실 한편에 놓인 서재 깊숙한 곳에서 뽀얗게 먼지 쌓인 서류폴더 한권을 주며,  ”그 속에 아빠가 너 만할 때 고민하고 힘겹게 살아온 모습이 담겨 있단다. 자세히 한번 살펴 보거라.” 하고.


2010년 통계활용 체험수기 공모전 우수작 - 임태경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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